[스크랩] 통일전망대에서 1800리 도보여행 32일간의 여정을 마감하다/해파랑길 도보여행
출입신고소에서 통일전망대 까지 약 10km를 버스로 이동하여 2011년 10월 23일 오후 2시 무렵,
동해안 최북단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해발 70미터 고지위에 위치한 고성 통일전망대에 도착하였습니다.
10차례 원정, 22(이동일 포함 32일)일간에 걸친 688km, 1800리 기나긴 도보여행의 종착지.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였다는 안도감이나 해 내고 말았다는 성취감 보다는 동강난 국토의 철책에 막혀
우리 땅 두만강 까지 가보지 못한채 발길을 돌려야 하는 서글픔과 안타까움이 더 큰 무게로 다가 옵니다.
그러나 우리 국토의 허리 절반이나마 나의 발로 걸으며 내 눈으로 보고 내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내 생애에 가장 멋진 추억의 한 장이 될것입니다.
지난 2월 25일 서울을 출발하면서 시작된 10차례의 원정, 22일의 도보여정,
출발지점 까지 이동하는 날을 포함하면 32일 동안 개인적으로 아프거나 사고가 없었고
가정사나 직장일에 특별한 변고가 없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니 무척 운이 좋았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친지들의 경조사에 축의금이나 조의금만 보내고 직접 참석하지 못했던 점은
두고 두고 미안하고 송구한 일입니다만...
22일 동안 걸었지만 앞사람 뒷통수만 보고 전투하듯 달려 가는 일행들과 함께 걸으면서
8,000~10,000여장의 사진을 찍어 댔으니 아마도 일행들 보다 3일정도, 7~80여km 정도를 더 걸은 셈입니다.
사진 찍느라 일행에서 이탈하는 바람에 택시를 타고 뒤쫓아 간것이 두차례이고.
6월의 태풍 메아리속에서는 온 몸이 비에 흠뻑 젖은채로 걸었고 유난히 무덥던 7, 8월 폭염속에서도 걸었습니다.
특히 직장일로 나주에 와 있으면서 나주 → 전주 또는 서울 → 동해 →분당 → 나주를 오가는 여정도
나름대로 무척이나 어려운 행로이자 고단한 길이었습니다.
지난 3월 25일 나주에서 비상금은 물론 신분증과 신용카드도 들어 있는 지갑을 택시에 두고
내리는 바람에 큰 낭패를 겪기도 했습니다. 물론 되찾지 못했고...
무려 10시간이나 걸려서 나주에서 울진까지 갔건만 태풍 메아리가 몰고온 집중호우 탓에 카메라가
고장나서 이틀동안 사진도 찍지 못하고 허무하게 지나친 일 등은 길이 기억에 남을 터입니다.
길고 버거운 여정 가운데서도 단 두어번 새끼발가락에 살짝 물집이 잡힌것 이외에는 별 탈없이
잘 버텨준 내발이 무척 기특하고 고맙습니다.
100년뒤, 아니 1000년뒤에 동해안 탐방로 해파랑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어서
내가 걸으며 찍어 놓은 사진을 보고 지금과 그때 길의 모습, 자연의 모습,
사는 모습들을 비교해 볼 수 있다면 작은 보람이 되리라 믿습니다.
허접한 기록을 보아 주시고 격려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격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