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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톡톡 튀는‘정관루 호텔’ 어떻게 만들어졌나

나랑께 2007. 10. 12. 12:06
예술가들이 방 한칸씩 맡아 ‘4개월 대역사’
톡톡 튀는‘정관루 호텔’ 어떻게 만들어졌나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남이섬 정관루 호텔 뒤편 커피숍 데크쪽의 연못. 물과 나무가 잘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 같다. 이른 아침 북한강에 피어오른 물안개가 슬금슬금 올라오면 환상 같은 정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춘천 = 신창섭기자
# 나미나라 국립호텔 ‘정관루’의 동화 같은 방

나미나라 호텔 ‘정관루’의 방에 처음 들어섰을 때 깜짝 놀랐다.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선 방은 파란 하늘과 구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천장과 커튼에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밝은 색조로 그려져 있었던 것. 방 한쪽 벽의 순백색 장식장 안에는 각기 다른 새들의 모형이 들어차 있었다. 기상천외하고 상상력이 넘치는, 그저 들어서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방. 정관루의 모든 방은 그랬다.

기발한 상상력에 대한 놀라움은 객실 문을 하나씩 열 때마다 이어졌다. 저마다 다른 주제로 꾸며진 방은, 안내하는 직원들마저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다양했다. 어떤 방은 자연의 향기가 물씬 풍겼고, 또 다른 방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일품이었다. 모든 방은 저마다 다른 색깔과 내용으로 치장됐지만, 어느 방이건 남이섬의 낭만적인 분위기와 꼭 맞아떨어졌다. 방은 그리 넓지 않았고, 흔한 TV 1대 없지만 강이 내다보이는 이런 방에서 하루를 보낸다면 ‘최고의 낭만적인 아침’을 맞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호텔 정관루는 당초 1979년에 지어진 남이섬 호텔을 리모델링한 것. 남이섬 동쪽에 자리잡은 남이섬 호텔은 좁은 객실에 흡사 폐교같이 음침하던 숙소였다. 남이섬에서의 ‘낭만적인 하룻밤’과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어서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도 않았다. 그런 낡은 호텔이 낭만적인 호텔로 탈바꿈한 것은 화가와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넘치는 상상력 덕분이다. 호텔 리모델링을 결정한 남이섬측이 예술가들에게 각각 1개씩의 방을 줘서 ‘마음 내키는 대로,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꾸며달라’고 주문했던 것. 그렇게 4개월 동안의 공사기간을 거쳐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방들이 만들어졌다.

# 저마다 다른 호텔방의 낭만, 그 뒷이야기들

정관루는 객실의 치장과 장식 등 외관뿐만 아니라 호텔에 깃든 ‘정신’때문에 더 값지다. 직원들이 손수 호텔을 장식할 타일을 굽고, 유리공예품을 만들고, 나무를 켰다. 자재를 외부에서 사다가 쓰면 값도 저렴하고, 공사기간도 훨씬 단축했겠지만 직원들은 제 손으로 호텔 만들기를 고집했다. 호텔 로비 뒤편 트리 형식의 녹색 조형물은 소주병을 녹여서 만든 것이다.

유리조각을 색깔별로 쪼개서 담아 넣어 벽을 장식했다. 로비를 장식한 타일도 모두 직접 구워낸 것들이다. 호텔 로비의 샹들리에도 직원들이 손수 만들었다. 호텔 입구의 나무데크는 지난 2005년 강원 양양군 낙산사의 화재때 구입한 불탄 소나무 500그루를 일일이 켜서 만든 것이다. 재활용품이라곤 하지만, 어떤 새 물건보다 더 아름답게 꾸며져 호텔을 장식하고 있다.

남이섬은 한 번 섬 안으로 들어온 물건을 섬 밖으로는 내보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관광객들이 섬 안으로 들여온 소주병도 유리공예 작품으로 만들어지고, 다른 쓰레기들도 모두 섬 안에서 재처리된다. 쓰레기나 재활용품을 섬 밖으로 실어 내보낼 때보다 몇배의 돈이 들지만, 고집스럽게도 섬 안에서 재활용을 해내고 있다. 직원들의 서비스도 감동적이다. 남이섬에는 90여명의 직원이 있는데, 모두 자신이 입사 당시 스스로 적어낸 ‘희망연봉’을 받는다.

스스로 적어낸 연봉을 받으니 노사분규도 없다. 일반 기업의 정년은 55세, 길게 잡아도 60세지만, 남이섬 직원들의 정년은 80세다. 일할 의지나 체력만 있다면 나이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들은 직원들의 자부심으로 이어지고, 이 자부심은 곧 친절로 나타난다.

기사 게재 일자 2007-03-14
출처 : 생태소나무
글쓴이 : 생태소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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