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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언제나 가슴시린 형제들

나랑께 2008. 1. 5. 11:55

모처럼 형제들 모임,

 그러고 보면 우리형제들은 

오랜만이라 하지만 산행이다 뭐다  자주 만나다보니

오랜만 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지 않는 형제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달 이상쯤 되면 오랜만인  셈이 된다

둘째 오빠댁을 가기위해 3시 부천행 시외버스에 올랐다

여자는 다 그럴게다  시댁에 가는버스라면 그토록 마음이 가볍고 즐거울까...

친정을 향해 달리는 버스는 구름위를 걷는듯 가볍고 편안하다

두시간을 달려 부천에 도착했다 그러나 터미널이 옮겨져 있었다 

옛터미널 근처가 오빠댁에 가까웠기 때문에

옮겼다 해도 멀면 얼마나 멀까 하고  길을 가던 아주머니한테 구 터미널을 물어보고

그길을 기억하며 걷다 보니 금새 오빠네 아파트까지 갈 수 있었다 

 

친정가는길이  얼마나  좋았으면 ...

형제들을 볼수 있다는게 얼마나 애절했으면...

나중에야  한참 먼거리였음을 알 수 있었다 ㅎ

막내네가 먼저 도착해 있었고 그다음 도착은 나였다

늘 만나도 만나도 반가운 가족들이다

주방에 있는 이집 안주인인 둘째올케한테  인사하려는데

다리엔 온통 OO 파스를 덕지덕지 붙히고 어기적걸음이라니...

ㅋ  나  참  한라산을 11시간 완주하셨대나 우쨌대나...

마음은 20대일까만  분명 오십대인걸  착각하신게야...

마주보고 크게 웃고  또웃고

 

언니는 내가 좋아하는 동지죽을 끓여 놓으셨다

하나뿐인 시누이가 이쁜데는 없어도

항상 챙겨주는 마음이 예쁜 얼굴만큼이나 고운 언니다

식탐 많은 내 코는 어느새 주방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한다

미련스러운 나의 뇌는 보는 음식마다 꿀을 발라 놨으니 어서 먹으라고

명령을 해댄다

달게만 느껴지는 내 혀끝을 어찌하리요  악마같은 뇌가 시키는대로 작동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눈 깜짝할사이 3그릇을 비워냈다

 

저녁 8시쯤 형제들이 다 모이고  둘째오빠 내외가 예약해놓은 우삼겹집을 갔다

입에서 사르르 녹는 고기맛이 끝내준다

알게 모르게 익은듯 안익은듯한 고기를 입속으로 마구 밀어 넣듯 정신없이 먹었다

그 역시  꿀맛이다  술은 못 마셔도 기분만은 술을 마신 오빠들 못잖게 좋더라

마음 여린 우리 형제들은 시린 가슴을 서로 부둥켜안고 손을 부여 잡고  또잡고

동생들을 보듬어주고 또 보듬어주고  눈가가 촉촉해지고

시리다~ 시리다~  가슴이 시리다

그래 그래 이제 모두 늙어가는거다  가는 세월은 막을수  없는게다

 

노래방에서 여흥은 어떤가 

빠른박자인 남진의 둥지를 부르고싶은 마음만은 굴뚝같은데 몸은 안따라주는걸...

분명 큰오빤 육십을 바라 보는것을...

사랑하는 동생들과  함께 있으니 아프다는 다리로 날아갈듯 뛰실때는

순전히 꽤병인듯 싶던데^^*

그래도 역시 세대차이는 나더라 40대 막내동생 내외가 분위기를 한참 up시키고

조카 사위가 요즘 냄새를 물씬 불어 넣어 주더라 

 

이튿날

영종도 사우나에서 큰올케언니 왈~   방귀가 시도 때도 없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나온단다

ㅋㅋ

그래 우리 형제들도  세월이란 놈 한테는  어쩔수 없네...

셋째 올케언니라고 별 수 없더라  시원하게  사우나를 마치고 모두 옷을 입고 나오는데

옷을 다 꺼내 입고 옷장문 닫아걸고 신발은 그냥 두고 간단다

에~효~~ 이렇게 한가지씩 흘리고  깜빡하니 말이다 

자그만 체구에 절대로 안늙을것 같더니 야금야금 어느새  나잇살까지 늘어있다

그 대목에서 셋째 언니 한테 한 둘째 언니의 名言이 다시 생각난다

"꽁치 인줄 알았더니 고등어" 더라  하던말이...

나라고 별 수는 있던가 흔들고 거시기 한걸 깜빡하니 큰오빠랑 셋째올케가 놀린다

나역시 이제 50대임을  어쩌랴

나이 먹는게 서글픈게 아니라  만나서 즐겁기만 한  우리 형제들이다

 

영종도에서 사우나 하고  조개구이와 따끈한 칼국수로 전날밤 피로를  풀고

확트인  바다를 보니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린듯 했다 

자상한 둘째오빠 내외의 수고로움으로

일박이일을 사랑하는 내 형제들과 함께 했다

세상 그 어느것 하나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만큼 뿌듯한 형제愛를 다시한번 보고 느꼈다

한가지 바람이라면  우리 형제들 모두와 올케 언니들

사는날까지 건강 이라는 이름을 꼭 함께 할수 있었으면  한다

가슴시리도록 사랑하는 나의 형제들...

 

 

 


2007년 동짓날에

출처 : rany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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