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고등어 요리

나랑께 2006. 5. 4. 17:34



김창환의 노래 ‘어머니와 고등어’ 때문일까? 고등어를 보면 저절로 어머니가 떠오른다.
‘어머니와 고등어’를 듣고 있으면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에 올랐던 고등어 구이가 그리워진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중략)…………………………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 보다
소금에 절여 놓고 편안하게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중략)………………………………

나는 참 바보다 엄마만 봐도 봐도 좋은 걸


미사여구를 사용하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았지만 이 노래는 언제 들어도 친근하고 애틋한 느낌을 준다. ‘어머니와 고등어’는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일상 속에서 꾸밈없이 이끌어 냈기 때문에 더 각별할 게다.
유년시절의 추억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이 노래 속의 고등어는 친근한 우리네 찬거리였다. 어릴 적 시골마을에 생선장수가 찾아오면 동네 아낙들이 부담없이 치켜들던 생선이 바로 ‘간고등어 한 손’이다.
어머니는 홍어나 굴비 등 제법 비싼 생선은 기차를 타고 군산의 시장까지 가서 사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고등어 만큼은 생선장수에게 샀다. 공교롭게도 생선장수가 친구 어머니라서 우리 어머니에게 유독 인심이 후했다. 앞마당 우물가에 생선 광주리를 펴놓고는 같은 값이면 가장 물이 좋은 것으로 골라주거나 다른 생선을 덤으로 얹어 주곤 했다. 시골 인심이 다 그러하듯 어머니는 밥 때가 되면 생선을 파는 친구 어머니를 찾아 식사를 청하곤 했다.
초등학교 시절, 머리에 생선 광주리를 이고 대문안으로 들어서는 친구 어머니가 내심 반가웠다. 솔직히 친구 어머니에 대한 반가움 보다 ‘오늘은 어떤 생선이 광주리에 담겨 있을까’를 상상하는 즐거움이 더 컸다. 겨울에는 동태, 봄철에는 조기, 멸치포대와 미역 등 철마다 다른 생선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이다. 우물가에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생선을 실컷 구경한 날에는 ‘오늘 저녁 밥상에는 어떤 생선요리가 나올까?’를 고대하는 맛도 또 다른 즐겨움이었다.


나 어릴 적 외할머니는 찬거리가 마땅치 않을 때마다 간고등어찜을 밥상에 올렸다. 간고등어 한 손을 쌀뜨물에 잠시 담가 두었다가 짠맛과 비린내가 어느 정도 빠지면 손질해서 그릇에 담고 어슷 썬 붉은 고추와 송송 썬 파, 고춧가루, 다진 마늘 등을 고등어 위에 솔솔 뿌리고 밥 짓는 가마솥에 넣어 쪄 내는 방식이었다.
고등어찜 외에도 큼지막한 무의 달큰한 맛이 어우러진 고등어 조림과 연탄불 위에 석쇠를 얹고 굵은 천일염을 뿌려 지글지글 구워낸 고등어 구이도 소박한 밥상의 찬으로는 제격이었다.

그런데 어릴 적부터 밥상머리에서 흔하게 마주하던 고등어가 특별요리로 변신을 했던 적이 있다. 지금까지도 아주 특별한 고등어 요리로 기억되는 것이 바로 고등어불고기다.
아마 고등학교 때로 기억하는데, 어느날 저녁 어머니는 고등어로 야심작(?)을 만들어 저녁밥상을 차려냈다. 그냥 보기에는 평범한 고등어 요리 같은데, 고등어 조림과 불고기를 섞어 놓은 듯한 냄새가 제법 식욕을 자극하는 게 뭔가 달랐다. 맛을 보니 부드러운 고등어 살과 불고기 양념의 조화가 제법 잘 어울렸다.
생선살의 부드러움과 기름진 맛이 입안을 흥분시키고 적당히 간간하고 달달한 간장양념이 어우러진 그 감칠맛은 쉬지않고 고등어 조각을 먹어대게 하는 것이 아닌가! 가족들의 감탄사가 이어지자 어머니는 자화자찬을 한 참 늘어 놓았다.
“불고기 양념처럼 하는데 생강과 청주를 약간 넣어야 고등어 비린내가 없어져. 파, 마늘, 깨소금, 간장, 참기름, 후추가루, 고추가루, 양파, 설탕이랑 갖은 양념으로 만을 내거든. 프라이팬에 구울 때 달라 붙지 않고 생선살이 부스러지지 않게 하느라고 얼마나 신경썼다고.”
그 날 밥상에 오른 색다른 고등어 요리는 우리 가족에게 행복한 포만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제 주부가 된 나는 어릴 적 추억 속의 맛을 떠올리며 고등어 요리를 밥상에 올린다. 추억 속의 고등어는 내가 차리는 밥상에서도 제법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낸다. 대구가 고향인 남편의 유별나게 토속적인 입맛도 고등어 한 마리만 있으면 거뜬히 해결할 수 있다.
마트에서 간간하게 소금간까지 해서 손질해 주는 고등어는 특별한 조리과정도 필요없이 그릴에 굽기만 하면 끝이다. 생선살이 불이나 열에 닿아 구워진 맛은 순수하고 원초적이랄까! 고유의 맛과 향이 그대로 살아 있는 고등어 구이는 특별한 공력이 필요없는 요리라서 바쁠 때 제격이다.
어쩌다 여유가 있으면 무를 큼지막하게 썰어 냄비바닥에 깔고 감자도 납작하게 썰어 얹고 고등어 토막을 넣은 다음 조림양념장을 끼얹어 고등어 조림을 한다. 이 때 파, 양파, 마늘과 함께 식초나 된장, 맛술 등을 넣으면 비린내가 제거된다.
묵은 김치를 넣은 고등어 조림 맛도 환상이다. 냄비 바닥에 양파와 묵은 김치를 넉넉히 깔고 고등어를 얹은 다음 미리 준비해둔 육수를 붓고는 양념장을 끼얹어 조리면 된다. 묵은 김치와 칼칼한 양념이 스며든 부드러운 고등어살을 밥에 얹어 먹는 그 맛은 밥도둑이 따로 없다.


추억만점 고등어는 ‘바다의 보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서민적인 생선이다.
소박한 찬거리인 고등어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등푸른 생선이 갖는 풍부한 영양가. 또 나이에 관계없이 가족 모두에게 요긴한 영양식이라는 점이다. 가족 건강에 유독 신경을 곤두세우는 주부들에겐 이만한 웰빙 찬거리가 없다.
등푸른 생선의 대표주자인 고등어는 한동안 흔하고 값싼 생선으로 푸대접을 받다가 요즘 다시 주부들의 인기
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블루 푸드, 웰빙 고등어라는 이름을 달고 당당하게 등극한 고등어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DHA가 풍부한 등푸른 생선을 자주 먹이라는 말을 이미 상식이다. 고등어는 DHA가 많고 고도의 불포화지방산인 EPA도 어류 중에서 가장 많이 들어 있다. 또 셀레늄의 함량이 많아 불포화지방산의 산화를 방지하고, 비타민 B군과 비타민 D가 많고 항 산화작용을 하는 비타민 E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
고등어는 히스티딘, 라이신, 글루타민산, 이노신산 등 맛을 내는 성분이 많아 특유의 농후한 맛을 낸다. 곡류에 부족한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의 함량도 높아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네 밥상에 요긴한 생선이다. 이밖에 단백질 함량이 20% 정도로 높고, 비타민, 철분 등이 풍부해 영양학적으로 손색없는 식품이다.
그렇다면 고등어가 가장 맛있는 시기는 언제일까? 지방질이 최대로 되는 가을부터 겨울까지가 제철이다. 5~7월에 산란을 하고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 살이 올라 맛이 있고 영양가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부터 속담에 ‘가을 고등어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고 할만큼 가을 고등어 맛을 알아 주었다.
영양만점 고등어도 제대로 손질을 해야 그 맛이 좋은 법. 등푸른 생선이라 비늘이 많지 않고 아예 생선가게에서 손질을 해주므로 다듬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게다. 하지만 특유의 비린내가 문제. 고등어 요리를 할 때는 생강즙이나 식초, 청주, 된장, 산초, 통후추, 방아 등을 넣으면 비린내 제거에 유용하다. 특히 통후추는 제법 굵어 모양을 내는데도 알맞고, 식초는 육질의 탄력성을 높여주는 효과가 크다. 부드러운 맛을 원한다면 생강즙이나 청주가 괜찮다.
생물 고등어를 고를 때는 아가미가 선홍색이고 살이 단단하며 내장이 흘러나오지 않는 것이 신선한 것이다. 간고등어(자반)의 경우에는 살에 뼈가 단단히 붙어 있는지 살피고 기름이 겉돌지 않으며 배를 눌러 보아 즙이 나지 않는 것을 고르면 된다.
특히 자반을 조리 할 때는 소금간을 적당히 우려내야 제 맛이 난다. 쌀뜨물이나 연한 소금물에 담가두면 절은 맛이 없어져서 좋다. 쌀뜨물은 맹물보다 점도가 높아 생선의 맛난 성분이 흘러나오는 것을 막아주고 쌀뜨물의 콜로이드성 물질이 절은 맛을 흡착해 주기 때문.
아무리 몸에 좋은 고등어도 날마다 구이나 조림으로 먹다보면 식상해지기 십상이다. 이럴 때는 다양한 조리법으로 변화를 주는 건 어떨까? 고등어를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고등어 스테이크와 고등어살 깜풍을 만들어 줘도 좋다. 생선뼈를 제거한 고등어살을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에 30분 동안 밑간 한 후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굽는다. 그 위에 다진 양파와 피클, 머스터드, 꿀, 마요네즈를 버무린 타르타르소스와 함께 양상추, 치커리를 수북하게 올려 예쁘게 담아주자. 한 입 크기로 썬 고등어살을 튀김옷을 입혀 노릇노릇 튀긴 다음 마른 고추, 파, 마늘 다진 것을 넣고 볶아 청주, 간장, 설탕, 참기름 등으로 맛을 낸 소스에 고루 버무리면 매콤달콤 고등어살 깜풍이 된다.
이밖에도 고등어 쌈장, 고등어 강정, 고등어 야채 된장볶음, 고등어 시래기조림, 고등어 마요네즈구이, 고등어 불고기, 고등어고추장양념구이 등 다양한 고등어 요리로 가족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보자.
고등어가 제철인 가을이 왔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고등어가 풍어라고 하니 찬거리가 마땅치 않거든 값싸고 영양많은 고등어로 소박한 웰빙 밥상을 차려보자.


<고등어 요리가 맛있는 집>
등푸른 생선의 대표주자 고등어도 웰빙바람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고등어는 주로 구이나 조림으로 밥상의 찬거리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어엿한 주요리로 등극했다. 최근 들어 고등어회, 간고등어전문점 등 고등어요리 전문점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고등어회는 주로 제주시 서부두에 위치한 현지 식당에서나 맛볼 수 있는 별미였지만 냉장기술과 발달된 운송시스템 덕에 육지에서도 그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제주물항, 제주魚람, 고등어섬 푸랭이 등이 서울을 중심으로 각 지방에까지 가맹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 고등어회집들은 제주도에서 당일 직송한 고등어회의 싱싱한 맛이 일품이다. 최초로 서울에 입성한 고등어, 갈치회 전문점 ‘제주물항’은 고등어조림 맛이 좋기로 입소문난 곳. 달큰한 무와 칼칼한 양념, 그리고 부드러운 고등어 속살이 어우러진 맛이 쏠쏠해 밥 한 그릇은 뚝딱이다. (여의도점:02-784-1156)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 위치한 '제주어람(옛 제주어가)'은 문을 연지 이제 서너달 지났는데, 그 일대에서는 알아주는 식당으로 자리를 잡았다. 고등어회와 고등어, 갈치 조림의 맛이 꽤 괜찮은 편이다. (02)3661-2999
안동간고등어 양반밥상, 꺼쟁이 등도 인기몰이를 예고하고 있는 간고등어 밥집이다.
‘꺼쟁이’(054-852-7308)에서는 고등어구이와 조림, 저녁 술안주로 나오는 고등어 회와 거지탕, 고등어 전골, 고갈비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한 고등어 요리를 맛 볼 수 있다.
안동간고등어 양반밥상은 구수하고 짭짤한 안동 간고등어의 제 맛을 볼 수 있는집. 안동댐 부근의 관광명소 월령교 맞은편 '안동 간고등어 양반밥상'(054-855-9900) 은 다양한 고등어 요리를 내 관광객들에게 인기.
이밖에도 고등어요리 맛집으로 바다의 보리, 어머니의 고등어 등이 있다.
서울 압구정동 시네플러스 극장 근처에 위치한 ‘바다의 보리’(02-3445-9431)는 김치고등어조림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1년 6개월 동안 숙성시킨 김치와 싱싱한 고등어가 어우러진 맛이 일품.
멋스런 레스토랑이 즐비한 홍대 주변, 좁디좁은 막다른 골목에 자리한 ‘어머니와 고등어’는 식사시간이면 줄을 서는 집이다. 이 집 간판메뉴는 ‘안동이씨 간고등어 정식상’. (2인분에 1만8천원). 돌솥밥에 어른 팔뚝만한 간고등어구이가 나오고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6~7가지 밑반찬이 곁들여진다.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밥집이라 정감이 가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