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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KBS, MBC, SBS에 절대 안 나온 오리집

나랑께 2013. 3. 2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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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 코 베인다. 잘 우려낸 육수라는데 가만히 보니 냉면 국물엔 풀리지 않은 조미료 가루가 둥

둥 떠다니고 구수하고 쫄깃거리던 떡볶이떡은 어느 날부터인가 슬금슬금 밀가루가 들어가니 이

젠 대놓고 밀가루떡이 분식집을 점령했다. 국물이 참 맛있는 각기우동집이 있다하여 따라갔더니

빛이 어째 요상하다. 시커먼 것이 간장을 들이부은 모양이다. 간장을 많이 넣으셨나 보네요, 라고

했더니 자신이 얼마나 정직한 사람인지, 얼마나 비싸고 좋은 재료만 쓰는지 입에 거품물고 설명한다.

"간장을 많이 넣은 게 아니라 완도산 다시마를 듬뿍 넣고 끓여서 그래요. 완도산 다시마가 얼마나 비

싼 줄 아세요?"

주부 경력 15년 - 20년 이상된 여인네 다섯 명의 눈이 눈깔사탕만해진다. 완도산 다시마를 통째로

갈아넣어도 저 빛깔은 안나오겠구만. 다들 국물은 고스란히 남긴 채 건더기만 대충 건져먹고 나왔다.

국물 맛이 좋며 우리를 인도했던 사람이 한 마디 한다.

"전에 왔을 땐 이 맛이 아니었어."

 

멸치육수 우려낸 오뎅국물을 유난히 좋아하여 종종 어묵을 사 먹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는 이가

운영하는 분식집에 놀러 갔다가 기묘한 일을 보게 되었다. 다시다를 국수 그릇 반 정도 따르더니

오뎅국물이 있는 찜통에 들이 붓는다. 기함했다.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다 그런단다.

치 육수만 우려가지고는 맛도 안 나고 장사하기 힘들단다. 그때부터 오뎅 국물에 대한 환상이 싹 가

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우거져 있는 숲속 오리고기 식당은 나의 비밀 아지트였다. 봄이면 푸릇푸

아나는 연한 잎들이 사람 마음을 순하게 해주고 여름이면 신록이 우거져 땡볕에 지친 사람들에

근사한 쉼터를 마련해줬다. 단풍 든 가을, 낙엽지는 늦가을, 눈 내리는 겨울..... 그곳은 갈 때마

다른 모습으로 내게 특별한 기쁨을 안겨 주었다. 나는 소중한 이들을 그곳으로 초대해 도란도란 마

음을 나누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고기 양이 눈에 띄게 확, 줄었다. 일하는 사람을

물었다.

"고기 양이 많이 줄었네요."

진정 몰라서 그러는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일하는 사람은 시치미를 뚝 뗀다.
"아유, 그렇지 않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8년 된 인연을 그날부로 딱, 끊었다.

 

그러면서도 항상 궁금했다. 그 집의 오리 한 마리양은 왜 그렇게 적은 것인가. 그런데 우연찮게 그

얻었다. 똑같은 오리집인데도 양이 몇 배나 더 많은 오리집에서 그렇게 양이 적었던 이유를 

 된 것이다.

"오리 한 마리를 세 등분, 네 등분으로 나눠서 한 마리라고 내놓으니까 그럴 수 밖에 없어

요."

그러니까 대부분의 식당에서 한 마리라고 파는 양은 1/3 혹은 1/4 인 셈이다. 이 불편한 진실을 알

려준 이가 직접 운영하는 오리고기집을 소개한다. 

 

 

 

 

 간판에 불이 없어 해가 지면 이렇게 어둡다. 등 좀 환하게 밝히지 그러세요? 라고 하면 상

 관없단다. 오다 가다 들어오는 손님보다 예약 손님들이 많기 때문에 실내장식이나 외형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 뿐 아니다. 이 집 주인장은 문단속도 하지 않는다. 가게 문을

 잠그지 않은 채 시장을 가고 볼일을 보러 다닌다. 가게가 비어 있을 때 들어가면 주인이 올

 때까지 앉아서 기다려야 한다.

 

 

KBS, MBC, SBS에 안 나온 오리집

 

이걸 처음에는 나온 오리집으로 읽었다. 이렇게 써 놓은 의도를 물었더니 방송에 나왔다고 하

지만 맛 없는 집들이 많고 방송에 나가기 위해 어떤 일들이 있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짓

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란다. 부천 뿐 아니라 인근 도시에서 오는 손님들도 많다. 대체로 예

약 손님들인데 한 번 오면 다시 찾기 때문에 어느 날은 발디딜 틈도 없을 만큼 정신이 없다.

 

식당 분위기도 사람을 닮았다. 세련되지 않고 투박한.그렇다고 더럽거나 지저분한 건 아니다.

주인이 워낙 부지런하기 때문이다.

 

 

 

선발 기준이 이렇게도 까다로워서야...

이 집의 식재료로 선발된다는 건 천운이다. 그만큼 좋은 재료를 쓴다는 뜻이다.

 

 

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세 사람이 간다고 예약하면 이렇게 식탁 가득 음식을 차려

놓는다. 양념을 아끼지 않는다는 걸 김치 한 가닥만 먹어도 금세 알 수 있다.

 

오리 한 마리를 통째로 다 넣기 때문에 고기양이 정말 많다.

 

 

옻오리 백숙. 각종 한약재를 넣어 국물 맛이 얼마나 진한지 모른다.

 

 

오리를 삶는 솥에 찹쌀과 각종 씨앗을 넣은 베주머니를 함께 넣으면 이렇게 찰밥이 된다.

이걸 그냥 먹어도 되고 고기를 다 건져 먹고 난 다음 죽으로 끓여도 좋다.  

 

 조미료 대신 개복숭아 효소를 넣어 담은 김치. 여느 식당의 김치와는 다른,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다.

 

지금은 메뉴가 많이 간소화되어 오리와 닭요리만 한다. 닭 한방 백숙, 옻닭, 오리 한방

백숙, 옻오리 중심으로 영업을 하는데 미리 주문하면 오리주물럭도 먹을 수 있다.

 

 

 

간간이 외상을 하는 손님들도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절차가 상당히 까다로워

이걸 다 통과한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다.

 

 

 

주인이다. 지지리 가난한 집 딸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고생을 많이 하고 자랐는데 결혼한 다음에는

그보다 더 척박한 삶을 살았다. 시어머니 시집살이, 시동생 시집살이, 동서 시집살이...  남편은 남편

로 가정에 무관심하고... 인생이 한 편의 드라마 같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데 오랫동안 용접을 했

때문이라고 했다. 프레스 일을 하다 잘린 손가락을 보면 눈물이 절로 난다. 살기 위해 안 해본 일

없다.

 

신발 밑창이 떨어져 고무줄로 묶어 신었고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 날도 많았다. 실제 나이보다 훨

늙어버린 것도 가슴 아프다. 그렇게 모진 삶을 견뎌온 사람이라 악착같이 움켜쥐려고만 할 것 같

데 전혀 그렇지 않다. 뭐든 퍼 준다. 손님들이 만족할 때까지 써비스하고 이웃들에게도 김치며 반

이며 막 퍼다 준다. 밥 먹고 살면 되지 그렇게 많이 그러쥐어 뭘 하겠느냐고 반문한다.

 

자신을 학대하고 치욕스럽게 했던 남편과 시집 식구들까지도 이제는 측은한 마음으로 끌어 안고

다. 사람이 곰삭으면 이렇게 될까. 죽으면 몸에서 사리가 서말은 나올 것 같다. 

 

상호 : 오리 먹으러 오리를 걸었네

전화 : 032-671-5592

주소 :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223-5번지

식당이 지도에 나타나지 않아 바로 옆에 있는 어린이집 지도를 올린다. '동화나라' 바로 옆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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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내남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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