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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맛객이 만난 `초밥왕` 남춘화

나랑께 2008. 1. 11. 10:55

  

“초밥왕은 타고나지 않는다 다만 노력에 의해

 

                만들어질 뿐이다”

 

 

 

 

(맛있는 인생= 맛객)  남가의 초밥이 예술인 이유는 맛과 외적인 모양새 때문이 아니라 20g의 무게에 불과한 초밥에서 초밥명인의 장인정신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20g의 예술 40년..'초밥왕 남춘화'


초밥을 언제 어디서 처음으로 먹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 이유가 초밥의 맛을 알기에는 이른 나이였기 때문에 특별한 맛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 같다. 초밥은 미식을 웬만큼 즐긴다 해도 미각이 남다르게 발달하지 않으면 별 감흥 없는 그런 음식으로 간주 될 뿐이다.

 

특히 맵고 짜고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한국사람 입장에서 보면 심심하기까지 한 초밥은 간장 맛 말고 맛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이처럼 특별히 자극적인 맛도 없는 초밥, 그렇기에 만만해 보이는 초밥이지만 오랫동안 미각을 발달시켜야 그 오묘하고 특별한 맛의 세계를 조금은 이해 할 수 있게 된다.

 

초밥왕 하면 일본요리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떠 올리는 분들 많을 것이다. 그런데 초밥의 달인 ‘남춘화’를 떠 올린다면 당신은 분명 초밥에 대해 뭔가 아는 초밥 매니아라 할 수 있다. 예고 없이 내 작업실을 방문한 정덕수 시인이 “오늘 남가스시 취재 어때요?” 물었을 때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좋아요” 대답했다. 저녁에 선약이 있었음에도...

 

 

 

초밥전문점 '남가' (南家) 의 대표 남춘화 선생을 만나러 가는 길은 기대와 설레임으로 부풀어 올랐다. 초밥왕이 만든 맛의 세계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초밥에 관한 전문지식을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왔따 그란디...”

 

명함을 주고받고 자리에 앉자마자 처음으로 꺼낸 남춘화 선생의 말이다. 처음 대면한 상대에게 편안함을 주기 위한 배려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 한마디에 긴장하고 있던 내 마음도 순식간에 편안해진다. 세련된 매너와 정중한 어투로 무게 있게 행동하리란 나의 예상을 뒤집고 어? 내가 쓰던 말..... 나랑 똑같은 사람이네 란 공감대가 형성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나친 예절은 예절이 아니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깎듯 해서 부담 주는 서비스도 서비스가 아니라고 본다. 남춘화 선생은 오랜 세월동안 손님들을 상대해 오면서 손님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세련된 매너와 언변이 아닌 편안함이란 사실을 깨닫고 있는 게 분명했다.

 

 

 

“언젠가 TV에서 봤는데요. 생선을 손질해서 오동나무 상자에 넣고 숙성시키던데요. 그렇게 하면 더 좋아 집니까 맛이?” 초밥을 만들기 위해 생선을 자르는 남춘화 선생에게 물었다.
이에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재료가 좋아야죠. 우리는 가재행주에 싸서 냉장고에서 숙성시킵니다.”

 

 

 

그렇다. 맛있는 음식의 첫째 기준은 재료에 있다. 어쩌면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는 단순명료한 진리가 남가스시 맛의 비법일수 있다.

 

남춘화 선생은 일식중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종업원의 처우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법적으로는 주2회 쉬어야 하지만 주 1회도 쉬지 못하는 데가 많다고 한다.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 제대로 된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다.

 

“남가스시는 몇 번 쉬나요?”
“우리는 매주 쉽니다”


뒤이어서 나에게 반문한다.


“ 근로자는 누굽니까?”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 아닌가요?”


“그렇죠.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 쉬라고 정한 날이 근로자의 날 아닙니까? 그런데 정작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쉬지 못해요. 편하게 책상에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이 쉬는 날이 돼버렸어요.”

 

근로자의 날에 근로자는 쉬지 못한다? 그는 이렇게 모순적인 것을 바로잡고자 한다. 기술자 양성과 직업에 대한 철학도 강조한다. 일본의 요리사는 일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평생 업으로 삼기를 원한다고 한다. 한 단계 발전해 나가면서 성취감과 자아실현을 중요하게 여긴다. 반면에 한국의 요리사는 돈이 목적이라고 한다. 일을 하면서 자신의 꿈과 목표를 생각하기보다. 조금이라도 돈을 많이 준다거나 일이 쉬운 데로 옮기는 게 다반사라고 한다. 그래서 철새 소리도 듣는다고 한다.

 

 

 

(맛있는 인생= 맛객) 테이블 세팅을 점검하던 남춘화 부장이 카메라를 향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고모델로도 활동한 그답게 자연스럽다

 

테이블에 초밥이 차려졌다. 달걀. 광어. 도미. 참치. 개불. 관자. 아보카도. 장어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초밥이 침을 삼키게 만든다. 입을 만족시켜주는데 있어 더 이상 맛의 역할만으로는 부족한 세상이 되었다. 눈으로 보는 맛은 혀로 느끼는 맛을 배가시켜준다.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의 재료에서 느껴지는 색상에는 가식이나 꾸밈이 없어 좋다. 남가의 초밥이 그렇다.

 

 

(맛있는 인생= 맛객) 제철에 난 여러가지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 낸 응용초밥이 먹음직스럽다

 

남가의 초밥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모둠회를 주문한 듯 밥이 보이지 않는다. 초밥의 재료가 그리 크지 않는데도 초밥을 덮을 정도라면 다른 곳의 초밥보다 밥알 개수(230~~250개)가 작다는 의미다. 한국 사람은 일본사람과 달리 식감을 즐긴다.


그래서 그런지 초밥위에 얹어지는 생선도 크면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밥 길이의 두 배가 넘는 생선을 재료로 사용하는 집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회가 큰 걸 좋아한다면 생선회를 먹는 게 낫지 굳이 초밥을 먹을 필요가 있을까? 초밥은 생선과 초밥의 조화가 이뤄져야 맛이 느껴지는 음식이기에 재료가 크다고 좋은 건 아니다.

 

산을 처음으로 오르는 사람은 나무와 꽃이 보이지만 오래 산을 타는 사람의 눈에는 버섯이 보인다. 초밥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처음 초밥을 접하면 일단 초밥위의 재료만 보이고 그 재료에서 만족감을 잰다. 그러나 초밥의 달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재료보다 쌀에 있다.


쌀이 초밥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이기도 하다면 우리는 재료 못지않게 초밥을 음미해 보는 것도, 그 집 초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자 일단 미소 된장국부터 마셔보자. 미소 된장국은 일단 부담이 없어야 한다. 맛이 진하거나 온도가 적당하지 않고 뭔가 텁텁함이 느껴진다면 그 집의 초밥은 먹어보나 마나다. 기본적인 맛도 채우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요리사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신 듯 마시지 않은 듯... 의식하지 못한 새에 느껴지는 개운함. 그런 맛이 느껴졌다.

 

 

 

 

 

달걀말이 초밥을 먼저 먹어봐야 그 집 초밥 맛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일단은 달걀말이 초밥부터 맛을 보자. 아... 부드럽다. 녹는다. 마치 케잌을 먹는 듯 하다. 다음으로 무엇을 먹어볼까.
초밥은 흰 살 생선에서 붉은 생선으로.... 맛과 향이 연한 거에서 진한 것으로 먹는 게 순서다.

 

광어초밥부터 맛을 보자. 재료는 자연산만 사용하는데 그것도 남해 산 광어만 고집한다고 한다. 남해 산 광어가 육질의 식감에서 초밥에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서해는 육질이 무르고 동해산은 너무 단단해서 초밥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또 너무 커도 작아도 안되고 4kg 정도가 딱 알맞다.

 


앞서 초밥은 미각을 최대한 살려서 먹어야 오묘하고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지금 먹고 있는 초밥의 맛을 설명하기란 초밥 맛을 알아가는 과정만큼이나 쉬운 일은 아니다.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살살 녹는 맛이라 표현하면 간단하겠지만, 더 깊은 맛이 있기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직접 느껴볼 수밖에 없겠다.

 

 

지금이야 남가스시는 초밥전문점으로서 명성을 쌓았지만 초장기에는 손님이 없어 직접 명함을 돌리기도 했다고 한다. 호텔 일식당에서 주방장으로 또 일식요리 경진대회 최우수 금상 수상이란 타이틀만 믿고 자존심을 내세웠다면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일에 대한 믿음과 열정이 자존심 위에 자리 잡고 있는 그였기에 남춘화 선생은 존경받는 초밥왕이 되었다.

 

 

(맛있는 인생= 맛객) 언제나 손님의 말에 귀 기울이고 최선을 다해서 답변하는 그는 늘 초심을 읿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참치 체인점이 많이 생겨나면서 일식에서 일 하는 분들이 참치 전문점으로 옮겨 가는 걸 많이 봤다.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었다.


“요리사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단계를 밟아 나가면서 성장해야 합니다. 한 단계씩 오르면서 성취감도 생기고 더 훌륭한 요리사가 되고자 하는 동기부여도 됩니다. 그런데 참치 집으로 가게 되면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결국 더 높은 곳으로 오르지는 못합니다. 기술이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만 두지 않는 한 계속 참치만 썰고 있겠죠. 물론 참치 전문점으로 옮겨가는 사람들은 일식 요리사라기보다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요”

 

당장 눈앞에 이익만을 보고 움직이는 그들이 안타깝다고 한다.
비록 일식 업에 종사하지만 한식에 관한 문제도 털어 놓았다.


“서울 강남에 큰 한식집 보면 요리사 출신 자영업자는 아무도 없어요. 구조가 요리사들은 자기 영업을 못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사람 구하기도 힘들고 하니까 주인 입장에서는 요리사와 손님의 관계를 차단시키려고 하는 거죠. 명함도 만들어 줘서 손님과 대화도 나누고 인간관계도 맺도록 해 줘야 하는데 주방에 딱 가둬놓고 있으니 주방에서 시간나면 하는 일이 뭐겠어요. 밑에 그릇 닦는 애들하고 무식한 상소리나 하고 있으니 무슨 발전이 있겠습니까?”

 

그런 이유로 비교적 손님과 많이 접촉하는 지배인 출신이 한식집은 많이 한다고 한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한식요리사, 이는 주방장의 문제가 아닌 한식 전체의 문제이다. 돈이 지배하는 음식점에서 먹는 음식 맛에 우리는 길들여지고 있다.

 

 

(맛있는 인생= 맛객) 맛 전문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는 맛객(좌)과 남춘화 부장

 

남가스시 외관에는 ‘초밥전문점’이란 글귀가 씌어져 있다. 사실 생선회도 팔고 있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초밥만 있는 줄 안다. 그래서 손해도 많이 본다고 한다. 하지만 평생 매달려온 초밥에 대한 애정이 아직 식지 않았기에 그는 돈보다는 초밥의 달인이자 초밥왕으로서 오래오래 현업에 종사하기를 더 원한다. 그래서 그의 명함에 직함은 ‘부장’ 남춘화 이다

 

 

 

(맛있는 인생= 맛객) 요리사 40여년 외길인생을 걸어오면서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생각이 있으면 적어줄 수 부탁드렸더니 자신의 저서에 성심 성의껏 적어준다. 이렇듯 작은부분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서 초밥왕이 대충해서 되지는 않았겠구나 느꼈다. 처음 맛 그대로란 글귀에서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자세가 엿보인다. 정말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남가초밥 (http://hompy.dreamwiz.com/namgasu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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