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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이 거대한 하트처럼 생겼다. 해안선에서 일렁이는 바닷물 가장자리가 꼭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빛 하트다. 전남 신안군 827개 섬 중 하나인 비금도의 하누넘 해수욕장. 지난 주 윤석호 PD의 ‘봄의 왈츠’(KBS 월화드라마)에 등장, 일명 ‘하트 해변’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하누넘’은 ‘산 너머 그곳에 가면 하늘 밖에 없다’는 뜻.
광활한 원평·명사십리 해수욕장
그리고 한쌍의 연인을 위한 이름 모를 조그마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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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모래사장이 경사 없이 평평하다. 모래밭이 발자국 남지 않을 정도로 단단·촘촘하고, 테이블처럼 매끄럽다. 섬세한 파도가 밀려와 해변에 홑겹의 물보라 레이스를 만든다. 노을 지면 하누넘 해수욕장은 커다란 핑크 하트로 변한다고 한다. 5월에 가면 고사리가 지천이고, 가을에는 밤 하늘 총총한 별 따라 반딧불이도 반짝인다고 한다. 지난 주말, 비금도는 몽롱한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사랑에 발그스레 달아오르는 하트 해변은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안개가 수평선을 지우면서 바다와 하늘이 하나 되는 풍경이 신비로웠다.
비금도에 가면 ‘비밀의 해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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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누넘 해수욕장을 지나 원평 방면으로 차를 타고 한 5분만 가면 초미니 해변이 나온다. 이건 딱 2인용이다. ‘비금도 토박이’라는 택시기사는 ‘무슨 해수욕장인지 이름을 모르겠다’고 했다. 사연 많은 한 쌍의 연인을 위한 완벽한 공간. 요란한 색깔 텐트 보다 하얀색 의자 한 개가 어울리는 깔끔한 바닷가다.
고막 마을 뒤, ‘외리포’ 해수욕장도 얌전하고 정적이다. 주민들이 ‘큰 불’(큰 백사장이라는 뜻)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곳이다. 아니면 아예 원평 해수욕장 바로 앞에 떠 있는 우세도 등 몇 개의 작은 무인도로 숨어 들어가자. 민박집 등에서 배를 빌리는데 왕복 5만~6만원 선.
비금도에는 차를 가지고 가는 게 좋다. 비금도는 차로 한 바퀴 도는데 2시간쯤 걸리는 크기. 마을 버스가 오가지만 섬 구석구석까지 가는 것도 아니고 운행시간도 제한돼 있다. 택시를 대절하면 ‘시간당 2만~3만원’을 부르지만 ‘협상’ 가능하다(비금 택시 061-275-5166·이하 지역번호 모두 061).
비금도에는 이름 모를, 이름 없는 은밀한 해변이 수십 군데나 된다. 슬슬 돌아다니면서 주민들에게 물어보자. 비금도는 관광객이 왁자지껄 모여드는 곳이 아니다. 이정표가 제대로 없다. 목적지까지 가려면 끊임없이 물어봐야 한다. 그런데 주민 붙잡고 길 묻는 재미가 있다. 시금치 농사 짓다, 광주리 이고 길 가다 길 가르쳐 주는 표정이 너무나 정겨워서 계속 말을 걸고 싶다. 책가방 메고 오는 어린이들에게 ‘안녕’하고 말을 붙이니 이방인에게도 재깍 허리 굽혀 인사 한다.
물어 물어 찾아가다 길 잃고 헤맬지 모른다. 밤 늦게까지 불 밝힌 식당을 쉽게 발견할 수 없어 불편할지 모른다. 목포서 50분이라지만, 안개 끼고 파도 높으면 배 시간도 들쭉 날쭉이다. 그런데 비금도 해변으로 취재차 함께 갔던 일행이 혼잣말처럼 이렇게 외쳤다. “아, 다음에 꼭 밀월 여행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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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도 수대 선착장에서 배를 내렸다면, ‘서부 큰길’ 타고 달리다 내촌 마을에서 우회전, 임도를 타면 된다. 연인과 함께라면 일부러라도 힘들게 찾아가 보자. 상암 마을서 선왕산(255m) 등산을 시작한다. 작년에 등산로를 정비했다. 동동 떠 있는 다도해 섬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어 종착지인 서산사까지 3시간. 그 전에 하누넘 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인고의 산을 넘어 천국의 바다를 찾아가는 기분. 하누넘에는 편의시설이나 간판 등 인공이라곤 전혀 없다. 본격 피서철이 아니면 종일 사람도 없다.
비금도 옆 도초도
비금도는 바로 옆 섬 도초도와 우아한 콘크리트 아치를 그리는 서남문 대교로 이어져 있다.
도초도의 시목해수욕장도 유명하다. 그런데 이왕이면 모험심을 발휘해 ‘가는게 해수욕장’을 찾아가 보자. 일단 ‘지남 마을’까지 간다. 차를 몰고 왔다면 지남 교회에 세운다. 여기서부터 시금치 밭 따라 비포장 도로를 한 40~50분은 꼬박 걸어야 한다. ‘오~ 누드 비치로 괜찮겠다’ 싶은 은밀하고 또 은밀한 해변이 나온다.
비금도 볼거리
▲ 끝없이 펼쳐진 천일염전. 아직까지는 염전 수리 기간이라 한적하지만 햇살이 강렬해지면 염전도 바빠진다. 소금창고는 흑백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모두 허름하지만 그래서 더욱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 시금치 밭. 비금도는 시금치(비금 ‘섬초’) 때문에 겨울에도 푸르다. 낮에는 밭에서 시금치 캐느라, 새벽에는 불 밝힌 비닐 하우스에서 시금치 다듬느라 주민들 손길이 바쁘다. 식당 반찬으로 탱탱한 ‘섬초’가 나온다. 씹을수록 달다.
비금도 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의 끝 목포(KTX 종착역) 여객선터미널(243-0116)에서 비금행 쾌속선이 출발(오전 7시50분·오후1시20분·1만4900원)한다. 차 싣고 떠나는 차도선도 떠난다(오전 7시·오후1시·오후3시·2시간30분쯤 걸린다). 비금도와 다리로 연결된 도초도에서도 목포로 나올 수 있다.
비금도-도초도 먹거리
초여름으로 들어서야 병어·민어가 제철을 맞는다. 지금은 꽃게철도 아니고, 강달어도 아직 없다. 비금도에서는 요즘 ‘미니 홍어’로 불리는 간재미 무침을 권한다. 도초 쪽 쾌속 선 타는 ‘화도 선착장’에 식당이 줄지어 서 있다. 그 중 ‘보광식당’(275-2136) 간재미 회·간재미 무침이 각각 2만원. 주인 아저씨가 뻘에 사는 화랑게 무침을 내왔다. 딱딱한 껍질을 씹는 순간, 짭쪼롬한 내장이 찍 터져 나온다. 식당 가서 특별한 반찬 먹는 법? ‘뭐 좀 특별한 거 없냐’고 공손히 물으면 ‘장어 창젓’ 같은 별미가 나올지 모른다.
비금도 읍동 ‘창해식당’(275-4617)에서는 회 뜨고 난 우럭으로 맑은 탕을 끓여준다. 겨자를 푼 국물이 녹색이다. 현지 주민들이 자주 찾는 ‘한우리 식육식당’(275-5758)은 청국장(5000원)이 별미다. 초대형 뚝배기에 팔팔 끓여 나오는데 멸치보다 몸집이 5~6배는 큰 ‘디포리’가 특별한 찌개 맛을 낸다.
숙박
피서철에는 비금도 명사십리 해수욕장 쪽에 민박집들이 문을 연다. 읍동에 있는 ‘빨간 모텔’(275-4900)은 샤워시설 잘 돼 있고 깔끔하지만 아래층 노래방 소리가 너무 생생하다. 비수기에 2만5000원. 관광·민박 안내는 비금면사무소(275-5231)나 신안군 문화관광과(240-8357) 홈페이지(http://tour.sinan.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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