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전북 익산시 황등면 황등리 902번지(면사무소 근처)
영업시간:오전11시∼오후6시
휴무:집안에 일 있을 때(문닫는 일이 흔하진 않지만 미리 전화해보고 가는 게 좋겠다)
전화:063-856-4422
"우리 어머니가 일제시대부터 황등시장에서 팔던 것인께 벌써 70년이 넘었는개비네. 어머니 솜씨가 월매나 유명했던지 장날이면 사람들이 쩌어 끄트머리는 비도 않게 나래비를 길게 섰제. 지금은 황등장이 쓸쓸해졌는디 그때는 아조 큰 장이었네. 우시장도 있었응께. 장날이면 사람들이 워찌케나 많은지 애들은 힘없어서 그 트매기로 들어가도 못했제..."
황등시장은 시대따라 그렇게 변해왔지만 그 장에서 팔던 비빔밥 맛은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익산시 황등면 진미식당의 비빔밥. 5일장이었던 황등장에서 팔고먹던 비빔밥이어서 '황등비빔밤'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황등장에서 조여아(90)씨가 팔던 그 고유의 비빔밥 맛을 딸인 원금애(67)씨가 30여년째 이어오고 있다.
비빔밥이 다르면 얼마나 다를려구?
황등비빔밥은 그런 생각을 깨뜨린다.
스테인레스그릇에 밥을 담고 시금치 콩나물 부추 쑥갓 등 온갖 나물류를 차례차례 얹은 다음 국자로 선지사골국물을 끼얹고 다시 국물을 빼내고를 몇 번이고 반복한다.
이렇게 해서 진한 국물맛이 밥과 나물에 고루 배어들도록 한 다음 불에 올리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비빈다.
뜨겁게 비벼진 밥위에 온갖 양념으로 재서 볶은 고기를 올리고 김가루와 깨를 듬뿍 뿌린다.
한그릇의 밥이 비벼지기까지 이래저래 스무번이상 손이 간다. 이렇게 해서 상에 올려진 비빔밥은 먹는 이가 비벼먹어야 하는 여느 식당 비빔밥과 달리 어머니가 미리 불에서 다 비벼온 밥같다. 오래된 집안 찬장을 뒤져보면 하나쯤 남아있을 것 같은 예전 스테인레스 밥그릇이 그런 느낌을 더해준다. 눈여겨보게 예쁜 그릇도 아니고 크기로 압도하지도 않는다. 이것 먹어 배부를까 싶게 어중간한 크기랄까. 하지만 주인아주머니의 넉넉한 말이 그 불안감(?)을 씻는다. "일단 먹어봐. 부족하면 또 줄팅께"
나물은 이미 밥과 고루 비벼져 있고 비빌 것은 고기이다. 별 양념도 안하고 구색맞추느라 콩알만하게 인색하게 집어넣은 고기가 아니다. 비비다보면 '밥반 고기반'이라 할 만큼 고기양이 많고 고기맛 또한 부드럽고 감칠맛 난다. 주인 원금애씨는 "맛나게 할려고 한우고기 중에서도 제일 부드러운 부위인 박살(엉덩이살)만 쓴다"고 말한다.
손님 취향대로 익혀내기도 하고 육회로 올려주기도 하는데 이 육회가 맛있다고 비빔밥먹고 따로 시키는 이들도 있단다.
황등비빔밥은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게 재료들의 맛이 잘 어우러져 있고 무엇보다 고기양이 넉넉하다. 그러고보면 '그릇이 작은 것 같다'는 처음의 생각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또하나의 별미는 그릇 맨밑바닥에 남겨져 있다. 돌솥비빔밥처럼 본격적으로 층을 이루며 두껍게가 아니라 얇게 쬐끔 눌어붙어 있는 밥. 그 눌어있는 밥을 즐겁게 알뜰히 긁어먹다 보면 잊어버린 옛맛이 문득 떠오른다.
손님들 중엔 "주인 아주머니 손맛이 최고"라며 "어디 그 손 한번 잡아보자"는 이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원씨는 "손에서 뭔 맛이 나것어? 재료를 성실하게 쓰는 것이 제일 중하제"라고 말한다.
그래서 고추장 만드는 고추도 태양초만 쓰고 사흘에 한번씩 짜러 가는 참기름도 국산참깨만 고집한다. 단골이라는 할아버지가 이 대목에서 참견 한마디를 하신다. "이 아줌니는 뭣이든 진짜배기만 써. 그것은 내가 보증허네".
김치 깍두기 담굴 때 쓰는 젓국도 3년 이상 묵힌 것만 쓴다. 그래서인지 김치 맛이 시원하고 개미가 있다. 상에 올린 황석어 젓갈도 3년 넘은 것이란다. 세월속에서 익은 맛. 어느 반찬이든 상업화, 규격화된 맛이 아니라 어머니가 오랜 세월속에서 알게 모르게 익혀낸 그런 깊은 맛이 난다.
메뉴(가격)
비빔밥=6,000원
특별비빔밥=8,000원(고기양이 더 많다)
국밥=4,000원 보신탕=8,000원
순대=7,000원/5,000원
육회·수육=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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