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음식점

서초동의 민어탕집 유선식당

나랑께 2006. 8. 16. 12:46
 

 탈 없이 한여름을 넘기면 ''무더위를 이겨냈다''고 한다. 이기려면 싸워야 하고 싸우려면 힘이 필요하다. 무더위는 삼복이 고비다. 음력 6~7월 열흘 간격으로 오는 초복-중복-말복 20일간이다. 말복이 입추보다 빠르면 말복을 중복 20일 뒤로 넘기는데 이를 월복(越伏)이라 한다. 올해도 그렇다.복날엔 보신 음식을 먹는 ''복달임''을 한다. 개장국.삼계탕.추어탕과 수박 등을 주로 먹는다. 하지만 복달임의 으뜸은 민어였다. 삼복더위에 민어찜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삼품이라 했다.

반세기 전 복날 서울의 서민들은 보신탕이나 추어탕을 해 먹었고, 반가에선 육개장과 삼계탕을 끓였으며, 더 넉넉한 집은 민어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큰 민어는 길이 1~1.2m에 무게가 15㎏쯤 되니 집안 잔치를 할 만한 크기다. 민어 살은 회와 구이로 먹고, 머리.뼈.내장은 탕을 끓인다. 부레와 껍질은 기름 소금에 찍어 먹으면 별미다. 어란은 안주로는 귀물 중 귀물이다. 이처럼 민어는 비늘 말고는 버리는 것이 없다.

민어(民魚)는 이름대로 민초의 물고기였다. 김려(1766~1821)가 1803년 진해 유배 중에 쓴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물고기 족보)인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를 보면 "민어.오징어처럼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는 어류는 기록하지 않았다"할 만큼 흔했던 생선이다.

하지만 해방 이후 어획량이 급격히 줄면서 민어 복달임은 잊혀졌다. 민어가 다시 서민 곁으로 돌아온 것은 2000년 양식에 성공하면서부터다. 그 사이 민어의 미각은 서울의 부잣집이나 주산지인 목포와 인근 섬 사람들을 통해 명맥을 이었다. 특히 목포 일대가 고향인 사람들은 민어 맛을 고향처럼 잊지 못한다. 그 입맛을 따라 목포 민어집들이 서울 여러 곳에 터를 잡았다.

예술의전당 가까이 있는 유선식당도 그런 집이다. 목포에서 백반집을 하던 주인 조동진 씨 부부가 서울로 옮겨 목포식 생선요리 전문집으로 문을 연 지 14년째. 15㎏ 내외의 자연산 민어는 목포어시장의 한 전문점 물건만 쓴다. 다른 생선은 주인의 처남인 목포수협 판매과장을 통해서 구입한다. 주인 조씨도 20년 가까이 어선을 부리던 어부였으니 생선 보는 안목은 전문가급이다. 민어는 탕과 회로 낸다.

"민어탕은 육수가 따로 없어요. 민어 그대로의 맛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맹물에 끓여요. 원래 무.호박.파.마늘만 넣는데 서울 사람들이 채소를 좋아해 미나리를 넣지요. 그리고 뼈가 꼭 들어가야 해요. 뼈에서 맛이 나와요."살과 머리 부분을 함께 넣은 매운탕은 상에서 끓이면서 먹는데 끓을수록 기름이 우러난다. 결따라 부서져 입 안에서 사라지는 살은 담백하면서도 고소하다. 국물은 깔끔하고 시원하지만 살보다 더 부드럽고 맛이 깊다.

두툼하게 썰어 연분홍빛이 감도는 회는 된장양념(된장+참기름+다진 마늘+고추장+고추냉이)에 찍어 먹는다. 연한 살은 전혀 비리지 않고 먹을수록 고소해 입맛이 당긴다. ''우해이어보''나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1814년)''에는 생선 맛이 달다는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민어를 먹어 보면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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