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음식점

홍천의 막국수

나랑께 2008. 1. 18. 16:10

<맛집>홍천군 남면의 양덕타운 메밀 막국수

메밀 막국수하면 춘천 막국수가 떠오른다. 대학 3학년 무렵 군 입대하는 친구를 따라 춘천에 갔다가 춘천 막국수를 처음 먹어 보았다. 난생 처음 맛 본 막국수. '막'이라는 이름이 뭔가 대충 함부로 한 것 같은 느낌이라 거친 음식이라는 생각으로 처음 접한 기억이 난다. 비빔국수도 아니고 물국수도 아니고 매콤 달콤한 간장소스에 참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난다.

지난 주 양평 집을 가던 날 어머니께서 평소 가까운 분들과 등산 답사를 가시던 중 들른 홍천의 막국수 얘기를 꺼내셨다. 홍천 지방이 메밀 재배지가 많은데 메밀 음식이 참 맛있었다고 하시며 메밀에 대한 모르는 얘기를 들려 주셨다.

보통 밀가루 같은 경우 반죽을 만들고 나서 시간이 좀 지나면 숙성이 되면서 찰기가 높아져 빵이나 국수를 만들기 알맞은 상태로 된다고 한다. 그런데 메밀은 그 반대라고 한다. 메밀은 반죽을 처음 만들었을 때까 가장 찰기가 있어 다루기가 쉽고 시간이 갈 수록 거칠어지고 찰기가 없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본래 그런것이 아니고 만드는 과정에서 찰기가 없는 거친 음식이 되거나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감자 전분같은 것을 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순수한 메밀을 제대로 먹으려면 소량을 반죽을 그 때 그 때 해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수 밖에 없단다. 그렇다면 여간 까다로운 음식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메밀은 언제나 찰기가 없고 거친 음식으로 느껴져 왔던 것 같다. 그러면 난 지금까지 제대로 된 메밀을 못 먹어 본게 아닐까?

 

어머니 말씀을 들어보니 홍천의 그 메밀 국수집 사장이 설명해준 얘기였고 그 집은 한꺼번에 예상한 손님 이상이 오면 준비하는데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반죽을 미리 많이 못 해놓으니까 그렇겠지... 근데 그 메밀 면의 부드러움은 이제까지의 선입견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게 제대로된 순 메밀의 맛일 것 같았다. 양평에서는 그리 멀지도 않으니까 안 가보고는 못 베기겠다 싶었다.

어머니께 음식점 이름을 듣고 차에서 그 곳 이름을 내비게이션에서 찾으니 6번국도를 따라 주욱 달리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점 경계를 벗어나자 마자 바로 있었다.

 

그 집은 홍천군 남면 양덕원리에 위치한 "양덕타운" 이라는 시골스럽지 않은 이름을 가진 곳이다. 앞서 얘기한 그런 이유로 직접 뽑는이라는 말과 순 이라는 말이 강조되어 들어간 간판을 내세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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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 막국수를 시키니 막국수와 육수를 따로 내어왔다. 육수를 붓기 전의 모습이다. 면의 상태는 육안으로는 얼마나 부드러운지 알 수 없지만... 메밀 싹이 들어간게 좀 색다를까? 김과 고명 위에 계란이 올라간 평범한? 막국수의 모습을 하고 있다. 당장 달려들어 먹고 싶지만 꾹 참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왔다갔다하던 아줌마는 신기한건지 아니면 무슨 비밀 캐어 나가는 사람 보듯, "사진은 왜 찍어요?"라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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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를 적당히 붓고 뒤 섞어 먹기 알맞은 상태를 만들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입에 침이 돈다. 한닢 입에 쭉 끌어 당기는 순간, 그 깔끔하고 부드러운 메밀의 맛은 입에서 살살 녹았다. 고소한 뒷 맛에 아삭아삭하는 메밀 싹까지 정말 언제 다먹었는지 알 수도 없이 순식간에 다 먹어치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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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가 여기저기 메밀 막국수 집이 눈에 들어온다. 다 맛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6번국도를 타고 홍천을 지나는 분은 막국수를 꼭 놓치지 말고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강원도 경계를 막 벗어나서 경기도로 진입하는 고개에 '마지막 강원도 찰 옥수수'라는 푯말을 세우고 유혹하며 옥수수를 쪄서 파는 갓길 가게에 들려 옥수수를 몇 개 사서 후식으로 먹으며 돌아왔다. 다 좋았는데 그 옥수수는 비싸고 맛도 별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