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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인호 | 자고로 남의 입에 들어가는 것치고 쉬운 것이 없다 했다. 할머니들이 자연산 재료를 골라 바지런한 손놀림으로 도토리묵과 다슬기수제비를 내놓는 집이 있다. 구례 ‘토지우리식당’(주인 정금자·66).
13년 된 집인데, 주변에 생겨나는 새로운 집들의 ‘젊은 손맛으로는 흉내내지 못하는 깊은 맛’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광주에서 구례 들러 다른 곳으로 장사하러 다니는 사람들 뱃속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가을철 바삐 일하는 논둑밭둑 농민들에게 점심 배달도 나간다.
입맛 따라 도토리묵, 상수리묵 좋아하는 것이 다르겠다. 상수리묵은 도토리묵보다 더 떫고 ‘뻗세다’. 색깔도 도토리묵은 갈색, 상수리묵은 진한 밤색이다. 도토리묵이 더 부드럽고 고소하다. 도토리묵 만드는 법? “아이고! 허든 사람도 묵 못 끓여. 끓이기 애로와(어려워).” 집주인 할머니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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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인호 | 도토리는 산에서 따온 사람들에게 산다. 도토리를 미리 갈아서 가라앉혀서 체에 받혀서 천에 짠 다음 끓인다. 도토리가루와 물의 농도를 잘 맞춰 소금 밑간 약간한 도토리물을 끓이는데, 이 끓이는 것이 중요하다. 오랫동안 해왔어도 가끔 ‘불합격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는데, 그것은 순전히 끓이는 동안 내내 눋지 않게 ‘이쁜 애기 들여다보듯’ 바라보고 저어야 하는 정성이 필요하기 때문. 되다 싶어 물을 더 넣다 보면, 아차 하는 사이 물러져서 앙금이 생기게 되는데, 그러면 잘못된 것.
끓여서 판에 부어 하룻밤 재워야 굳는다. 잘 굳은 도토리 잘라서 참기름 진간강 고춧가루 약간 통깨 상추 오이 양파 당근 넣고 무쳐서 내면 된다. 윤기 반질반질한 도토리묵, 쌉쓰름하고 고소한 맛이 좋다. ‘도톨밤 도톨밤 밤 아닌 밤’이라고 하지만, 요즘에는 밤보다 귀한 자리 차지한 도토리묵 맛이 일품이다.
옛날에는 ‘주린 창자’ 다스린 한끼 식사였지만, 요즘에는 별미로 통하는 도토리묵으로 입맛을 다신 후 다슬기수제비를 먹는다. 할머니들이 날마다 잡아오는 섬진강 자연산 다슬기를 쓴다. 다슬기를 깨끗이 씻어서 삶는다. 삶은 다슬기 국물은 수제비국물로 쓴다. 마늘 간장 육수를 넣어 끓이다가, 난들난들한 밀가루반죽 손으로 쭉쭉 뜯어내 끓인다. 반죽을 어찌나 잘 치댔던지 반죽만 봐도 수제비 맛, 기대된다.
파르스름한 다슬기국물. 다슬기는 그 파르스름한 국물맛과 다슬기살에 진국이 들어있다. 약간 쌉쓰름하면서 시원한 맛이 생명. 아니나 다를까 수제비의 보드랍고 쫀득거리고 난들난들한 맛이 입안에 차악 감긴다. 밀가루 음식 좋아하는 사람들 뿅∼가게 생겼다. 젊은 사람들이 맛내기 어렵다는 것이 무슨 이유인지 알겠다. 밑반찬은 어찌 이렇게 정갈하게 차려놓은 건지, 차려진 밥상이 ‘깨끔’해서 젓가락질 절로 바빠진다.
▲차림: 도토리묵무침 1만원, 다슬기탕·다슬기수제비 5000원 ▲주소: 구례군 토지면 구산리 208-2 ▲전화 061-781-2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