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음식점

낙안읍성"벌교꼬막식당"

나랑께 2006. 4. 13. 10:03
갯바람에 여문 짭쪼름한 ‘술도둑’ 꼬막
순천 낙안읍성 옆 ‘벌교꼬막식당’
임정희 기자  

▲ 꼬막정식에는 통꼬막, 꼬막전, 회무침, 양념꼬막, 꼬막탕 이렇게 5가지 꼬막요리가 나온다.
ⓒ 함인호

항상 추웠다. 장바닥은 눈이 녹아 질퍽였고 외숙모의 손은 주름투성이에 손끝이 쩍쩍 갈라져 있었다. 크지도 않은 작은 다라이에 갯벌 묻은 꼬막 담아놓고 끝이 이지러진 놋쇠로 된 대접에 한 그릇씩 담아 팔고 있었다.
지금도 내게 ‘꼬막’은 어린 시절 외숙모의 장바닥 모습과 함께 떠오른다. 외숙모는 자식들이 장성하여 살만해지자 암으로 돌아가셨다. 가슴이 아리다.
‘꼬막’은 추운 겨울 뻘배를 타고 멀리 나가 캐온다. 갯가 추운 바람 속에서 살이 차야 그 아리아리한 맛이 여문다.

▲ '밥도둑'이라는 말에 빗대어 꼬막은 '술도둑'
이라는 말이 따라 붙는다.
ⓒ 전라도닷컴
11월만 넘기면 보성 벌교 고흥 등지에서는 꼬막이 푸지다. 꼬막 먹기가 밥 먹기만큼이나 흔해서 집집마다 많이 삶아먹는 간식거리였다. 껍데기가 흙마당이나 골목길에 하얗게 박혀 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 눈에 다래끼 난 아이들이 많았다. 다래끼가 난 눈의 눈썹을 하나 뽑아서 꼬막껍데기에 넣어 길가에 던져 놓으면 그 껍데기를 찬 사람에게 다래끼가 옮아간다는 속설을 믿고, 해봤던 경험이 있다. 꼬막은 먹을거리로도 놀이감으로도 유용했다.

순천 낙안읍성 뽀짝 옆에서 영업중인 ‘벌교꼬막식당’(주인 김영순). 벌교에서 한정식 25년 운영 경력을 갖고 있다. 그 손맛으로 낙안읍성 마을 주민들 입맛부터 휘어잡고 있는지 식당에 마을손님들이 많다. 삶아내 온 통꼬막을 까면서 “옛날에는 요것을 깔 줄 알아야 애들이 다 컸다고 그랬어”라며 한 마디씩 한다.

꼬막정식에는 통꼬막, 꼬막전, 회무침, 양념꼬막, 꼬막탕 이렇게 5가지 꼬막요리가 나온다. 꼬막은 뭐니뭐니 해도 잘 삶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팔팔 끓인 물에 꼬막을 넣고 물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오면 불을 끈다. 2∼3분 정도 지나 건져내면 된다. 잘 삶아진 꼬막은 껍데기를 까면 몸체가 하나도 줄어들지 않고 윤기가 자르르하다. 핏기가 있는 듯 없는 듯한 상태일 때 보드랍고 짭쪼름하니 맛있다. ‘밥도둑’이라는 말에 빗대어 꼬막은 ‘술도둑’이라는 말이 따라 붙는다. 이제 막 삶아서 가져온 꼬막에서 김이 모락모락 난다. 뜨끈뜨끈한 꼬막 까서 한 입에 쏘옥∼. 벌교바다의 겨울맛은 다 느낄 수 있다.

굴전과 비슷한 꼬막전은 제 몸에 간이 되어 있어 따로 양념할 것 없이 지져낸다. 굴전보다 더 쫄깃쫄깃하다. 회무침은 감 나오는 철에 식초를 담가 일년 내내 쓴다. 새콤달콤하게 무친 무침에 김가루 넣고 밥 비벼먹으면 상큼하다.
간장 된장 고추장 직접 다 담그고, 젓갈류 등 어른들이 좋아하는 밑반찬은 항상 튼실하게 준비해 놓는다. 숯불향에 구워서 내놓은 돼지고기구이 맛도 좋다.
추억과 함께 꼬막정식 먹고 난 후 바로 옆에 있는 낙안읍성 한 바퀴 돌면 건강에 더욱 좋겠다.

▲차림: 꼬막정식 1만원, 백반 5000원
▲주소: 순천시 낙안면 동내리 482-10번지
▲전화: 061-754-4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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