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집이다. 자갈 깔린 마당에 단풍이 떨어진 자리, 스산한 듯 정취있다. 현관 들어섰을 때까지는 이집의 진가를 알아채지 못했다. 긴가민가 하면서 들어선 방, “와~ 좋다” 감탄사 연발 나온다. 대나무로 짠 평상같은 상, 흙벽, 창문 너머로 텃밭…. 시골집의 정경이 떠오르지 않은가. 황토로 집을 지은 이유는 홍어 냄새를 황토가 빨아들인다. 그래서 집에 들어섰을 때 홍어의 톡 쏘는 그로테스크한 냄새가 압도하지 않는다. 도리어 아늑하고 포근하다. 두암동 `빛고을홍어마당’(주인 선영주), 수선스럽지 않고 차분하게 모임 갖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30명까지 따로 수용 가능하다.)
흑산홍어전문집이라 홍어정식이며 홍어 관련한 모든 음식 가능하지만, 주인은 값이 만만치 않으니 맛있고 값싼 홍어애국을 권한다. 텃밭에서 수경재배로 사시사철 보리를 길러 홍어애국을 끓인다. 냉동보리 쓰는 것과는 보리향이 다르다.
홍어뼈 곤 육수에 내장 넣고 한번, 애 넣고 한번, 다시 식탁에서 한번 끓이니 총 4번 끓인다. 칼칼한 청량고추 듬뿍 넣고 싱싱한 보리 넣은 홍어애국의 질박하고 구수하고 알싸하고 아릿한 그 맛이란 쩝, 먹고 싶다.
이집의 음식 무공은 일단 밑반찬에 있다. 김장김치는 까나리액젓, 멸치젓 등 4가지 젓갈만을 넣어 담근 김치를 1년간 저장고에 보관했다 내놓는다. 김치 색깔을 보면 알 수 있다. 삭힌 맛이 무르익어 투명해진 상태. 김치 한보시기만 있어도 밥 한그릇 뚝딱이다. 깻잎은 또 어떤가. 야채즙 과일즙 집간장에 담가 오래 묵혀서 내놓은 것이다. 거무스름해진 깻잎의 때깔에서부터 깊은 맛이 느껴진다. `오래된 것이 아름답다’. 나물은 나물대로 매일 시장 봐와 차려내놓는다.
홍어 먹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안 생낙지’만을 고집해 낙지요리도 하고 있다. 낙지찜이며 연포탕, 낙지전골, 낙지꼬지(낙지호롱) 등 충분히 맛볼 수 있다. 낙지꼬지는 짚에 꿰어 짚불에 구워 내놓는다.
옛맛을 시늉으로 내놓지 않는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준비한다. 싱싱하고 좋은 재료에 깊은 손맛이 보태졌으니, 맛이야 안먹어보면 손해다.
▲차림(가격): 홍어애국 6000원, 홍어무침·전 2만원, 연포탕 1만원, 홍어삼합·사시미 소 3만·중 4만·대 5만원
▲주소: 북구 두암1동 866-6 ▲전화: 261-0001
글=임정희 기자 oksusu@gjdream.com
사진=함인호 ino@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