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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인호 | 9월, 10월 갈치철이다. 목포로 갈치 낚시꾼들이 몰려든다. 영산강 하구언에는 달빛 아래 불 밝히고 낚시하는 배들이 그득하다. 목포 먹갈치냐 제주 은갈치냐 ‘맛다툼’이 일기도 하지만, 요즘 시장에서 중국산이나 일본산이 생산지를 속이고 둔갑하는 경우가 있어, 목포산이든 제주산이든 출신지만 정확하다면 어느 것이라도 좋겠다. 흔히 먹갈치는 고깃살이 짱짱하고 고소하며 은갈치는 보들보들한 살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맛있는 집을 소개한 지 꽤 된 덕에 이젠 주변 사람들이 맛이 괜찮다 싶으면 명함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목포 ‘도미정’(주인 안정희)도 사업상 두달 여 목포에서 지낸 이가 이 집을 ‘건졌다’며 소개해줬다. 마침 목포는 갈치철이었다.
갈치를 먹을 속셈이었으니, 별 고민 없이 갈치조림을 시켜놓고 기다리는데 다른 손님상에는 갈치조림과 황석어조림이 반반이다. 근데, 황석어조림이 왜 그렇게 맛있게 보이는지 ‘어? 우리도 황석어조림 먹을 걸’ 후회가 된다. 나중에 알고 보니 황석어조림이 따로 있는 메뉴가 아니고 이집의 자랑거리인 돌게장백반(5000원)을 시키면 된장찌개 같은 국물 대신 황석어조림(철따라 생선이 달라진다)이 아주 먹음직스럽게 푸짐하게 차려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부근의 직장인들은 점심 때 대부분 돌게장백반을 찾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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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인호 | 돌게장도 삼삼하게 잘 담가졌다. 옛날과 달라 사람들이 짜지 않은 게장을 좋아하는 터라 그에 적당하게 담가진 것이다. 새송이에 10여 가지 재료를 넣어서 장국을 만들어 게에 붓고 다시 따라서 끓여서 붓고 또 따라서 끓여서 붓기를 세 번 해서 만든 것이다. “허투루 해서는 진한 맛이 나지 않는다”는 주인 안정희씨의 말이다.
갈치조림도 먹음직스럽게 수북이 차려졌다. 도톰한 갈치 토막들이 호박 무 고구마순과 함께 잘 졸여졌다. 거기에 게장도 한 그릇 같이 나왔다. 부족하면 얼마든지 더 갖다주는 주인의 친절함도 좋은 반찬이었다.
갈치조림은 국물이 숟가락 적실 수 있을 만큼 적당하다. 싱싱한 갈치를 쓰기 때문에 생선비린내가 없다. 쫀쫀하고 고소한 먹갈치 맛과 호박의 부드럽고 사근사근한 맛, 고구마순의 쫄깃쫄깃 씹을 맛, 무의 서근서근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어우러져 밥 한 그릇이 뚝딱이다. 게딱지에 비벼먹기도 해야 하는데 밥이 금세 없어져버렸다. 하는 수 없이 “여기 밥 한 그릇 더 주세요.”
‘도미정’상호로는 3년, 음식점 경력으로는 20년인 주인은 “뭣이든지 우리나라 것을 쓰고 채소도 꼬박꼬박 재래시장에서 산다. 조미료는 천연조미료를 쓰고, 육수도 좋은 재료로 만들어쓰기 때문에 손님들이 한번 오면 또 오고, 손님을 더 불려서 온다”고 말한다.
▲차림: 돌게장백반 5000원, 갈치조림 3만5000원, 서대찜 3만원 ▲주소: 목포시 하당 동신한방병원, 연동교회 뒤편 ▲전화: 061-285-5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