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음식점

노량진 순천식당

나랑께 2006. 6. 15. 13:37

[첫 방문 : 2004년 10월 20일(수)]

파찌아빠는 평소 맛집 찾기를 즐기는 사람이다. 매일 새로운 맛집 발굴과 이미 알려집 맛집 순례에 힘을 쏟다 보면 이미 방문했던 맛집은 한 동안 재방문 하지 못할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끔은 주변인들의 요청에 의해서 연속으로 2~3회 거듭 방문하게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파찌아빠의 자발적인 의사로 재방문이 이루어 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 간혹 파찌아빠의 입맛을 확실히 사로잡는 맛집들이 있어 파찌아빠를 한 동안 잡어 놓기도 한다.

최근의 예를 들면 양재동에 있는 ‘자인뭉티기 ’가 그랬다. 첫 방문이 이루어지고 10일이 채 못되어서 2차, 3차 방문으로까지 이어졌었다. 아주 이래적인 일이다. ‘자인뭉티기’에는 지금까지도 주기적으로 다니고 있다. 일주일 전에도 방문 하여 새로운 메뉴에 대한 시식평을 해 주고 왔다.

오늘 귀뜸할 맛집인 ‘순천식당’도 첫맛부터 파찌아빠의 입맛을 강하게 사로 잡은 집이다. 다녀 온지 1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파찌아빠의 혀끝엔 순천식당에서 맛 봤던 남도의 맛이 진하게 베어 있다. 한 마디로 파찌아빠의 삘이 확 꽂힌 집이라고나 할까....

일단은 여기까지만...아직은 이 집의 맛을 속속들이 파악하지 못했다. 한두번 더 방문을 한 후에야 여러분들께 소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파찌아빠가 뜸을 들이는 이유는 알아서들 생각하시라.


[두번째 방문 : 2004년 11월 8일(월) 저녁 때]

온라인을 통해 은밀히 사발통문을 돌려 순천식당를 샅샅히 뜯어 먹어 줄 맛집순례단을 모집했다. 하여 모이게 된 5인의 맛집순례객들이 이날 순천식당에서 먹어 준 메뉴는 총 4가지로 벌교꼬막, 전어회무침, 전어구이, 연포탕으로 지금이 제철인 음식들 이었다. 지금부터 하나하나...꼬치꼬치...그 맛을 알려 주겠다.

1. 벌교꼬막

이맘 때 쯤 순천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으례 벌교꼬막을 먹어 주어야만 되는지 거의 모든 테이블에 셋팅 되어있는 메뉴이다. 그도 그럴 것이 꼬막이 맛있을 시기가 가을 찬바람이 불면서 부터 봄철 알을 품기 전 까지를 으뜸으로 친다, 특히 벌교읍 앞바다인 순천만 개펄에서 나는 참꼬막인 \'벌교꼬막\'은 예전에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르던 8진미(珍味) 중에서도 1품으로 꼽혔을 정도였다.

파찌아빠가 알렉스에게 순천식당의 벌교꼬막을 이야기 하자 알렉스는 대뜸 조정래의 ‘태백산맥’의 내용 중 벌교꼬막이 나오는 장면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었다. 하여 파찌아빠가 ‘태백산맥’을 오랫만에 뒤적여 보았다. 벌교꼬막에 대해서 나온 부분을 그대로 옮겨 보겠다.

“...그 다음이 삶는 일이었다. 솜씨는 이때부터 필요한 것이었다. 감자나 고구마를 삶듯 해버리면 꼬막은 무치나 마나가 된다. 시금치를 데쳐내듯 핏기는 가시고 간기는 그대로 남아 있게 슬쩍 삶아내야 한다. 그 슬쩍이라는 것이 말같지 않게 어려운 일이었다. 알맞게 잘 삶아진 꼬막은 껍질을 까면 몸체가 하나도 줄어들지 않고, 물기가 반드르르 돌게 마련이었다. 양념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대로도 꼬막은 훌륭한 반찬 노릇을 했다.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도 제격이었다. 그래서 어느 잔칫집에나 삶은 꼬막이 큰 광주리에 그득하게 담겨 있게 마련이었다. 술상머리에 한 사발씩 퍼다 놓으면 제각기 필요한 만큼 까먹는 것이다. 콩나물이 그러하듯 꼬막도 잔칫집의 흔하고도 소중한 반찬이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편법이었다. 제대로 꼬막맛을 갖추려면 고추장을 주로 한 갖은양념의 무침을 거쳐야 한다. 이 단계에서 꼬막맛은 제각기 달라지게 되는 것이었다. 집집마다 김치맛이 다르듯 꼬막맛도 제각각이었다. 벌교 포구의 갯뻘이 끝이 없이 넓듯 벌교에서 꼬막은 흔해빠진 물건이었다. 그러나 감칠맛 있는 꼬막무침을 맛보기는 흔한 일만은 아니었다. 꼬막무침을 제대로 하는 처녀라면 다른 음식솜씨는 더 물을 게 없다는 말이 상식화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닐 것이다. 고흥 쪽 해변에서도 보성만(灣) 일대에서도 꼬막은 났다. 그러나 벌교 꼬막에는 그 맛이 미치지 못 해 옛날부터 타지 사람들이 먼저 알고 차등을 매겼다. 벌교에서 물 인심 다음으로 후한 것이 꼬막 인심이었고, 벌교 오일장을 넘나드는 보따리장꾼들은 장터거리 차일 밑에서 한 됫박 막걸리에 꼬막 한 사발 까는 것을 큰 낙으로 즐겼다.”...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 중에서...

그렇다. 벌교꼬막은 역시 무침으로 먹어야 제맛이었다. 하지만 맛이 제대로 오른 이맘 때의 벌교꼬막이라면 슬쩍 삶아 먹어도 조정래 선생의 표현대로 ‘간간하면서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벌교 꼬막”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노량진 순천식당에서 내놓는 벌교꼬막이 딱 그 맛인게다. 사실 서울사람인 파찌아빠도 반숙상태의 꼬막은 순천식당에서 처음 맛봤다.

! 잠깐정보 : 조개나 꽃게류, 특히 꼬막은 달이 찬 보름 무렵에 잡은 것보다는 달이 없는 그믐에 캔 것이 살이 알차다고 한다. 고로 맛있는 벌교꼬막을 맛 볼려면 보름달이 뜬 날 저녁에 순천식당을 찾을 일이다.


2. 전어회무침

“가을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갔던 며느리도 돌아온다.”
“가을전어는 깨가 서말”

가을전어를 예찬한 말들이다. 다들 가을전어, 가을전어 하는데 왜 가을전어가 맛있을까?

전어는 4~6월에 산란을 마친 후 여름내내 겨울을 나기위해 영양분을 비축한다. 그래서 봄 전어에 비해 가을 전어는 지방이 최고 3배정도 더 많이 축적되어 있다고 한다. 파찌아빠가 여러차례 언급했던 바와 같이 물고기나 육고기의 살은 주성분이 단백질로 주로 씹히는 치감을 좌우한다. 여기에 맛을 좌우하는 지방이 살짝 보태져야 비로서 그 고기 특유의 제맛이 살아나는 것이다. 특히 지방이 살짝 가열되어 단백질 덩어리인 살에 살짝 스며들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가을전어가 맛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니까 가을전어에 대한 이야기 이쯤에서 마무리를 해도 괜찮지 싶다. 대신 순천식당의 전어회무침에 대해서 썰을 풀어 주겠다. 파찌아빠는 단언컨데 순천식당 회무침의 짜릿한듯 부드러운 감칠맛은 막걸리식초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ㅎㅎ ...당연한 사실을 주장해서 미안하다.) 막걸리식초를 섞어 만든 초장으로 무쳐 낸 전어회무침의 첫맛은 입안에 흥건히 군침을 돌게끔 만들 정도로 자극적이다. 하지만 입을 오물거리다 보면 어느새 자극적인 양념 맛은 깔금하게 사라지고 전어의 고소함만이 입안 가득 채우고 있다. 파찌아빠의 말이 거짓인지 참인지는 스스로 느껴 봐라.


3. 전어구이

맛집순례객의 일원으로 이번 모임에 참석한 원조군에게 다른 메뉴를 하나 더 고를 것을 권하니 대뜸 전어회무침을 또 먹고 싶다고 했다. 헌데 파찌아빠의 성격상 같은 메뉴를 추가로 하기는 거시기해서 상호 합의하에 전어구이를 주문했다.
“에게게...이게 뭐야. 너무 조금이잖아...” 다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2만원짜리 전어구이 한접시를 시켰더니만 한참만에야 달랑 전어 5마리를 구워다 주었다. 전어구이 한마리에 4천원 꼴이었다. 각자 1마리씩 가져다 머리부터 통째로 우득우득 씹을 수 밖에...진짜 진짜 비싸다. 흑흑...


4. 낙지 연포탕

벌교꼬막, 전어회무침, 전어구이까지 어지간히 먹고 마셔줬으면 이제 슬슬 자리를 정리해야 할 때다. 파찌아빠는 벼르고 있었던 메뉴인 낙지 연포탕을 주문했다. 술과 안주를 연신 집어 먹느라 깔깔해졌을 입을 게운하게 하는데는 낙지 연포탕이 제격이다. 고추씨로 칼칼하게 맛을 낸 연한 국물엔 낙지 3마리가 적당한 크기로 들어가 있었다.
“어허~시원하다.” 누구랄 것도 없이 낙지 연포탕이 나오자 연신 숟가락질 해 대기에 바빴다. 아린 속이 확 풀리는듯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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