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지존' 자리를 지켜 온 남도는 자연환경과 문화적 배경 등으로 인해 그 독특한 맛과 멋을 형성해 왔다. 많은 사람들이 남도를 음식과 직결시켜 생각하는 것도 이런 연유다. 독특한 남도음식의 맛은 어디에서 나올까?
남도음식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남도의 자연환경이다. 기름진 나주평야를 중심으로 풍부한 곡물과 그리고 청정해역과 갯벌에서 길러 올린 싱싱한 해산물, 산악지대에서 거둬들이는 나물들.
바로 이러한 천혜의 자연환경이 남도사람들에게 좋은 식재료를 공급해 오고 있다. 이로 인해 남도사람들이 다양하면서도 맛깔스런 음식을 만들 수 있었다.
남도의 따뜻한 기후도 음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간을 짜게 하고 고춧가루를 많이 사용해 온 것. 유난히 젓갈문화가 발달한 것도 이러한 탓이다. 김치와 젓갈 종류만도 수십 가지가 넘을 정도다.
남도는 예부터 상차림이 풍부했다. 게다가 음식에 정성을 기울이고 기본 반찬의 수도 많다. 가문의 음식들이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왔고, 종갓집에서는 또 음식 맛을 다투면서 점차 그 맛이 발달해 왔다.
남도사람들은 음식의 색깔까지도 중요시했다. 그저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색깔을 음미하고 그 색깔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내는 풍류까지 즐긴 것이다. 순박하고 후한 인심이 이웃 간에 정을 베풀고 나눠주면서 살아가는 멋을 내기도 했다.
그래서 남도로의 여행길에는 음식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정성이 담긴 음식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고 추억을 만들어준다. 어떤 이는 음식이 여행의 절반이라고 할 정도다.
▲ 30일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남도음식명가' 지정업소 대표들에게 지정서를 교부하고 있다.
ⓒ 이돈삼
이렇게 만들어진 남도음식은 얘기만 들어도 금세 침이 꼴깍 넘어간다. 맛깔스럽다는 것도 이미 널리 알려졌다. 최근에는 먹을 것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상품까지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남도의 어디에서 이 음식을 맛볼 수 있는지, 가격이 비싸지는 않는지 외지인들이 알기란 그리 쉬운 문제만은 아니다.
이에 따라 전라남도는 '남도음식명가' 88곳을 선정하고 30일 업소 대표들에게 지정서를 교부했다. '남도음식명가'는 전라남도가 지난 2000년부터 '남도음식명가'와 '남도별미집'으로 구분해 운영해 오던 것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남도음식명가'는 시·군의 추천을 받은 업소를 대상으로 심의위원회의 현지출장 확인 등을 거쳐 서비스, 맛, 가격, 주방위생, 화장실 청결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 선정했다. 남도음식의 상품성과 관광 상품화 여건 등도 검토했다.
여기에는 삼합, 게장을 주요 식단으로 한 목포 '인동주마을'과 홍어회·삼합을 식단으로 한 나주 '홍어일번지', 참게탕을 별미로 한 곡성 '새수궁가든'을 비롯해 화순 '색동두부', 무안 '안성식당', 함평 '바다이야기', 장성 '초야' 등 남도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특색 있는 음식들을 제공하는 업소들이 들어 있다.
▲ 산에서 나는 작은 나물 하나, 들에서 캐내는 이름 모를 풀뿌리 하나라도 남도의 아낙네들 손에 잡히면 산해진미로 둔갑한다. 사진은 화순에 있는 '달맞이흑두부'의 차림이다.
ⓒ 이돈삼
전라남도는 이들 업소에 '남도음식명가' 간판을 달아주고 이를 소개하는 남도음식 맛 기행 책자와 지도를 만들어 배부할 계획이다. 또 신문, 방송, 인터넷사이트는 물론 국내·외 관광설명회와 팸투어 등을 통해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방침이다.
한편 전라남도는 30일 국내여행사연합회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남도음식명가'를 탐방하는 음식여행상품을 개발, 이를 전남관광을 이끄는 관광상품으로 육성키로 했다.